영화제 데일리


[제26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3] <월드 프리미어> 김선빈 감독 인터뷰


<월드 프리미어> 김선빈 감독 인터뷰


8월 22일 금요일, 영화에 관한 생각을 진정성 있게 풀어내는 <월드 프리미어> 김선빈 감독을 만나보았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를 만들고 대구단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연출한 김선빈이라고 합니다.


‘화면 작은 걸로 영화 보는 거 죄짓는 거 같다며~’ 라는 대사가 나오잖아요. 다린의 노트북은 ‘현실’이라고 느껴졌고 정현의 TV는 더 큰 ‘기대’라고 느껴졌습니다. 소품을 통해 그런 대비를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흘러간 건가요?

의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자신의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생기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현이 영화를 보여줄 때 말을 보태는 것도 영화를 최대한 완벽하게 완성했을 때 사람들 앞에서 제일 좋은 음향과 가장 좋은 화면으로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현이 석진에게 보이는 긴장과 불편함은 어떤 감정에서 출발한 건지 궁금합니다.

정현은 사실 제 안에 있는 모습 중 하나여서 저한테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종종 제삼자의 시선에서 영화를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영화에 정답은 없지만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들의 대화를 재치 있게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석진은 다린이 안정적인 삶을 원했던 결과거나 우연히 영화인들을 주변에 둔 일반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인물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영화를 6년 만에 상영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감독(정현)과 그 영화에 출연해서 영화가 상영되지 않기를 원하는 배우(다린), 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다 일반 관객이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두 사람한테만 중요한 얘기 아냐?’라고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때 석진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서 두 사람의 사이를 중화하려고 했습니다. 과거 또는 현재에 영화계에 있는 두 사람 옆에서 관객의 상황에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고 싶었어요. 다린의 입장에서는 석진이 사회가 만들어낸 정상성 안에 들어가는 동반자의 역할도 수행했다고 볼 수 있어요.


영화 후반부에 등장인물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 클로즈업 샷으로 몇 명의 인물들을 보여줄 때, 그 인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을지 궁금합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다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 순간만큼은 그 인물들이 과거에 대한 회상이나 영화에 대한 망설임 없이 온전히 영화를 보는 모습을 의도했어요.


감독님께서 당시 영화를 그만두려고 하셨다가 이 영화를 찍으셨는데, <월드 프리미어>가 어떤 영향을 주었고 이후 작업이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월드 프리미어>를 찍기 전까지는 ‘영화를 내 삶과 꾸준히 병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2년 전에 영화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회사를 다녔는데 영화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그 순간, 영화와 헤어지고 싶었다는 것보다 영화와의 관계에서 제가 영화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걸 깨달았어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직장에 다니며 영화를 멀리했던 게 영화에 대한 투정이었던 거죠. <월드 프리미어>를 쓰고 찍으면서 영화에 대한 제 마음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현재는 영화랑 좀 더 잘 지내보려고 열심히 장편 시나리오도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감독님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제 미숙함에 되게 좌절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제가 찍어온 단편 영화를 생각하면서 저를 지탱할 수 있는 걸로 삼게 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대구단편영화제에 오게 된 소감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 하는 단편영화제작워크숍을 통해서 처음 영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배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중심에는 대구단편영화제가 저한테 큰 힘이 됐기 때문에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올해 여름휴가를 안 갔는데 대구 단편 영화제를 여름 휴가라고 생각하며 올 정도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선빈 감독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매번 '월드 프리미어'처럼 새롭고 빛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글 / 데일리팀 이다영

사진 / 기록팀 하다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