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데일리


[제25회 대구단편영화제 daily 02] <버티는 밤> 이다운 감독, 이아름 출연자 인터뷰


<버티는 밤> 이다운 감독, 이아름 출연자 인터뷰



할아버지의 임종을 겪어내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버티는 밤>의 이다운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자매 이아름 씨를 만나보았습니다.



할머니를 찍게 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다운: 저희 할머니가 주변 환경을 통제하려고 하시거나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하시거든요. 강한 척하시고 실제로 가족들도 엄청 강한 분이라고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같이 할머니 곁에 있어 보니 할머니의 약한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가족들이 잘 모르는 할머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할머니가 사용하시는 어휘가 굉장히 강렬해서 인상적입니다.

이다운: 저랑 할머니랑 사고 체계가 좀 비슷하신데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해요. 전쟁터처럼 생각하다가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라서 그런지 세고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말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아름: 풀어서 천천히 말하면 별거 아닌데도 한 단어, 한 문장으로 딱 내 생각과 감정을 한 번에 다 표현해 버리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센 걸로만 조합이 되는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 소재를 할머니로 선택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이아름: 처음 들었을 때는 할머니는 요리하고 가족들을 챙겨주는 걸 좋아하셔서 그런 걸 담으려나 생각했었어요.



카메라 속에 본인이 들어가는 게 어색하지 않으셨어요?

이아름: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게 아니고 어딘가에 놓고 촬영해서 찍는다는 생각을 별로 못 했어요. 촬영 기간이 석 달 정도여서 차차 적응했습니다.

이다운: 어색했어요. 다큐멘터리 제작 수업을 들을 때 강사님이 자기가 나오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조금씩 제 모습을 넣다 보니 지금의 결과물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죽음 등 개인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나는 작품인데 촬영하는 동안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아름: 촬영 중에 할아버지가 임종을 맞이하셨는데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기록되어 있어서 엄마와 이모가 좋아하셨어요.


다큐멘터리가 공개되고 나서 가족들의 반응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이다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족들이 많이 울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그런 것 같았어요. 또, 할머니가 말도 세게 하고 강해 보여도 밤에 무서워서 불 켜고 자는 여린 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퇴임 후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이다운: 사업자를 넘겨준 것보다도 할아버지의 임종이 할머니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할아버지 때문에 놀러도 못가고 답답하다 하셨어요. 막상 혼자가 되니 할아버지를 챙겨주던 루틴이 사라져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들이 보였어요. 촬영이 끝난 지 일 년이 다 되어서 지금은 많이 나아지셨지만,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훨씬 더 활발하셨던 것 같아요.


오늘 상영과 GV 참여하신 소감 알고 싶습니다.

이다운: 초청해 주셔서 감사했고 관객들이랑 소통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의미를 또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아름: 같이 상영된 다른 작품들도 재미있게 봤고 예전에 다른 영화에서 봤던 배우님이 저랑 같은 자리에서 GV 참석하고 계신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차기작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다운: <민수의 정석>으로 극영화를 한 번 찍었고 이번에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했잖아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한 번씩 경험해 봤으니,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구체적인 작업 계획은 지금 없지만 미래를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글 / 데일리팀 이선율

사진 / 홍보팀 정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