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춘분> 리뷰

춘분 (석진혁, 2018, 극, 18min, 국내경쟁)


균형이 깨지는 날, 춘분


봄이 시작되면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 낮과 밤의 균형이 가장 조화로운 날, 곳곳에서 균형이 깨져버리는 영화 <춘분>. 제목부터 블랙코미디다.

춘분 날에는 지구가 평형 상태이기 때문에 계란을 세우기가 가장 쉽다고 한다. 끈기 없이 이런저런 일에 찔러만 보다가 유튜버까지 도전하게 된 태준, 언제 단속될지 모를 불법 분양 떳다방을 운영하는 숙 그리고 계란 세우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중학생 소녀 혜진까지 깨져버린 균형을 세우고 싶다는 희망을 안은 채 각자만의 계란 세우기를 시도해본다. 그러나 오늘은 춘분이자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날.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영화<춘분>은 극히 일상적인 순간임에도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그 분위기를 통해 옴니버스로 나뉘어 자칫 지나쳐버릴 수 있는 서사에도 힘을 만들어낸다. 서사를 따라가면서도 곳곳에 메타포들이 장치되어있다. 아이러니와 기묘함이 만들어낸 웃픈 하루를 만날 수 있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조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