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파테르> 리뷰

파테르 (이상환, 2019, 극, 27min, 국내경쟁)


바짝 엎드려, 버티라.


 ‘Parterre’, 레슬링의 규칙 중 하나로, 바닥에 바짝 엎드려 버텨내야 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어원적 각도에서는 ‘Par Terre’, 불어로 ‘바닥에서’라는 뜻이 있는 이 단어는 영화 속 오성의 삶 그 자체를 나타내준다. 한국인도 몽골인도 아닌 채로 살아가는 오성, 레슬링 대회에 나가고 싶지만, 무국적자의 신분이기에 출전이 불가능하다. 국적취득의 방법들을 늘 살피며 하루하루를 불안정하게 살아간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불법체류자들의 사회로부터의 고립을 보여준다. 편견에 뒤덮인 시선들과 말, 죄지은 것 없이도 떳떳하지 못한 삶, 그와 함께 따라오는 가난.

생계를 위해 한 남성과 함께 포장이사 일을 하던 오성과 그의 어머니. 남자의 지시에 따라 이사 집의 금품을 챙기곤 하던 어느 날 어머니의 도둑질이 집주인에 의해 발각되고 만다. 결국 경찰서에서 불법체류자인 것까지 밝혀져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까지 놓인 어머니 앞에서 서로를 모른 채 할 수밖에 없는 둘. 오성은 자신의 무력함에 좌절한다. 여느 때처럼 레슬링 연습을 도와주고 있던 어느 날 오성은 협회에서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 나온 것을 발견한다. 파테르 자세를 하고 있던 오성, 버틴다. 더 버틴다. 바닥에 바싹 엎드려 고개를 쳐들고 그들을 바라보며 온 힘을 다해 버틴다. 처절한 그들의 삶,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간절히 노력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진정 어떠한 시선을 보내야 할까. 이것은 파테르의 자세로 삶을 견디는 그들의 단편적이지만 큰 이야기.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