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하오츠> 리뷰

하오츠 (성다희, 2019, 극, 15min, 애플시네마)


 성다희 감독의 <하오츠>(好吃/hǎochī)는 중국어로 맛있다는 감탄사를 의미한다. 이 감탄사는 실제로 중국집에서 가게명으로 자주 쓰이고 있으며, 이 단편의 주인공들인 푸식(손성찬 배우)과 호은(조지현 배우)이 운영하는 짬뽕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에도 드러나듯 손님이 돈을 주는 것을 주저할 정도로 맛이 없는 이 짬뽕집에 불현듯 권총을 든 강도가 찾아온다. 청년 실업, 취업도 안 되는 절망스러운 불경기 시기. 도저히 안되겠다며 짬뽕집을 털러 온 30대 청년 강도(이윤산 배우)는 배에서 느껴지는 허기를 참아가며 푸식과 호은의 6살짜리 어린 딸 윤미(이수아 배우)를 볼모로 잡아 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윤미가 강도의 입에 쏘아 물린 ‘뻥튀기’는 상황을 급변시키고, 강도는 엉뚱하게도 ‘5분 안에 맛있는 짬뽕’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5분이란 시간 동안, 이 영화의 인물들에게는 그들의 운명을 좌우할 유쾌한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 

 <하오츠>는 15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빠른 리듬으로 진행되는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의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등장인물들과 관객들에게 삶에 대한 응원과 긍정을 내비친다. 무능력하고 실패의 연속인 삶 속에서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염원은 어린 소녀 윤미가 내미는 뻥튀기를 통해 드러났다가, 종극에 이르러서는 마법 같은 변화를 통해 구체화한다. 윤미가 내민 뻥튀기는 30대 청년 강도에게는 얼큰한 짬뽕 국물 냄새보다 더 구미 당기는 ‘어설픈 위로’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삶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지만 가끔은 지독히 외롭기에 ‘위로’를 갈망하게 된다. <하오츠>는 영화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금은 잘 풀리지 않을지라도 나중에는 잘 풀릴 것이라고 케릭터들과 관객들을 위로한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이석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