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죽은 시간> 리뷰

죽은 시간 (송원재, 2018, 극, 24min, 국내경쟁)


다 먹고 살자는 하는 일인데.

 

송원재 감독의 <죽은 시간>은 ‘바닷가도 가깝고 앞에는 강물이 흐르는’ 좋은 곳에 있지만 허름한 모텔을 배경으로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르는’ 외딴곳에 세 명의 남녀가 찾아온다. 말 못하는(혹은 안 하는?) 주인에게 세 명은 각각 마실 물과, 라면을 끓어 먹을 수 있는 가스버너와 목욕을 할 수 있게 따뜻한 물을 달라고 부탁한다. 다 먹고 ‘살기’ 위한 것들이다.

제목이 암시하는 ‘죽음’과 대비되는, 일상적인 ‘삶’을 위한 소품들이다. 삶을 위해 준비된, 심지어 영화에서처럼 휴양지에서의 휴식을 위해 준비된 이 장치들이 죽음으로 변주될 때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도입 부분에서 라디오를 빌려 일자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일을 왜 하는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일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죽은’ 시간은 삶이 죽음으로 변주되는 현실의 시간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안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