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캠핑> 리뷰

캠핑 (한지수, 2019, 극, 24min, 국내경쟁)


분노의 질주

 

 바깥세상으로부터 한껏 격리된, 이미 오래전에 폐업한 낡은 캠핑장을 “굳이” 문 열고 들어오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한 타이밍에 뒤따라 들어와 부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 또 다른 수상한 커플도 있다. 고전 슬래셔 무비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캠핑>을 이끄는 힘은 분명 장르적 긴장감이 맞다. 하지만 영화의 시간이 계속되면 될수록, <캠핑>이 빚어내는 공포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빚어진 죽음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히려 자기 자신의 힘만으론 그 어떠한 결정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한 여성의 마음속 심연에 맞닿아 있는 듯 느껴진다.

 자신의 말은 조금도 귀담아듣지 않고, 언제나 최악의 선택지만을 골라내는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그녀는 영화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무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부여받지 못한다. 어둡고 음산한 캠핑장을 “굳이” 문 열고 들어가는 남편, 그리고 차 앞을 가로막는 수상한 남자를 “굳이” 차에서 내려 확인하는 남편을 조수석에서 불길하게 바라봐야만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없이 무력한 이 여성의, 이 영화의 공포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드디어 운전대를 잡는 순간의, 위태롭고 불안하지만, 한편으론 묘한 쾌감으로 다가오는 해방감은, 감독이 영화의 연출 의도에서 이미 밝힌 “늘 뒤따라 걷던 인물이 앞서는 순간” 이다. 지난달 폐막한 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4만 번의 구타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