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탈날 탈(頉)> 리뷰

탈날 탈(頉) (서보형, 2018, 실험, 11min, 국내경쟁)


불안의 원체험

 

 한 편의 서늘한 도시 괴담 같은 영화 <탈날 탈(頉)> 앞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눈앞의 사건들은 절대 당신의 예상이나 바램대로는 흘러가지 않을 것이며, 뭔가 익숙해졌다고 착각하는 순간 화면은 여지없이 바뀌거나 끊겨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불안한 영화 앞에 지레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불안한 것은 영화 속의 캐릭터이지 당신의 현실이 아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극장 의자에 눕듯이 파묻혀 편한 마음으로 보는 것 또한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조금만 마음을 놓더라도, 영화와 영화 속 캐릭터의 불안은 어느새 당신의 불안이 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위험한 체험을 조금 먼저 겪고 온 사람으로서 약간의 조언을 드리자면, 부디 따라가되 너무 따라가진 말길 바란다. 또는 즐기되 그렇다고 너무 즐기지는 말길 바란다. 어쩌면 당신도 이 영화 안에 꼼짝없이 갇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먼저 그래 봤던 사람이 하는 말이니, 이번만은 믿어봐도 좋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최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