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맨 (최진, 2018, 극, 27min)
공간은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은 그 자체로는 불완전하다. 공간이 지니는 가치가 분명해지려면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거기에 우리가 올라 서 있어야 한다. 공간을 만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관적이고 자주 쓰는 방법은 역시, 보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어라운드맨’은 그 방법에 관하여 가장 기능적으로 탁월하며, 그 공간에 있지 않은 사람까지 그 공간을 느끼게 할 만큼 저변이 넓다.
공간이 빛을 잃는 순간은 역시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을 때이고, <어라운드맨>의 재개발 지역이 바로 그렇다. 여기를 마지막까지 지켜 공간으로써 존재하는 이들은 키 작은 아이들이고, 이들은 어른보다 낮은 곳에서, 이곳이 곧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동네를 쏘다닌다.
주인공 ‘어라운드맨’은 사실 21세기적 착취의 산물이지만, 그 아이러니한 기술적 저변으로 인해 달동네의 이 마지막 파수꾼들에게는 영웅으로 여겨진다. 어라운드맨은 을씨년스러운 재개발 지역에서 아이들의 안내를 따라 돌아가고 싶은 그 어딘가의 따뜻함을 보게 된다. 그리고 끝내 어라운드맨이 본 것은 우리가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그게 21세기니까. 영화는 모두가 떠나는 상실의 공간에서 하나 남은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김동하
어라운드맨 (최진, 2018, 극, 27min)
공간은 중요하다. 하지만 공간은 그 자체로는 불완전하다. 공간이 지니는 가치가 분명해지려면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거기에 우리가 올라 서 있어야 한다. 공간을 만끽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관적이고 자주 쓰는 방법은 역시, 보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한 ‘어라운드맨’은 그 방법에 관하여 가장 기능적으로 탁월하며, 그 공간에 있지 않은 사람까지 그 공간을 느끼게 할 만큼 저변이 넓다.
공간이 빛을 잃는 순간은 역시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을 때이고, <어라운드맨>의 재개발 지역이 바로 그렇다. 여기를 마지막까지 지켜 공간으로써 존재하는 이들은 키 작은 아이들이고, 이들은 어른보다 낮은 곳에서, 이곳이 곧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동네를 쏘다닌다.
주인공 ‘어라운드맨’은 사실 21세기적 착취의 산물이지만, 그 아이러니한 기술적 저변으로 인해 달동네의 이 마지막 파수꾼들에게는 영웅으로 여겨진다. 어라운드맨은 을씨년스러운 재개발 지역에서 아이들의 안내를 따라 돌아가고 싶은 그 어딘가의 따뜻함을 보게 된다. 그리고 끝내 어라운드맨이 본 것은 우리가 모두 볼 수 있게 된다. 그게 21세기니까. 영화는 모두가 떠나는 상실의 공간에서 하나 남은 공간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김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