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퀴어053> 리뷰

퀴어053 (박문칠, 2019, 다큐, 38min, 애플시네마)


박문칠 감독의 2017년 개봉한 전작 <파란나비효과>는 성주 사드 문제에 반발하며 성주 시민 여성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었던 ‘별노을 공동체’의 활동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지난한 투쟁의 거친 현장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이 다큐가 중점으로 뒀던 것은 공동체 활동을 하였던 여성들의 증언이었다. ‘투쟁’에 의의가 있으면서도 하나가 되어 연대해 가는 공동체의 모습은 <퀴어 053>으로 이어지는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구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로 제작된 <퀴어053>은 작년 말까지는 <진격의 퀴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053’은 대구의 지역 번호 중 하나이며 이 다큐는 대구 성 소수자 커뮤니티의 한 측면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37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면서 10여 년의 시간을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되짚는다. 그들의 말을 통해 이 축제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떠한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씩 경과들을 되짚어 나가는 것이다. 그 경과 속에서 다큐를 보는 관객들은 한국 사회 안에서 공동체가 어떻게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고 연대해 나갈 수 있었는지 지켜볼 수 있다. ‘공동체’ ‘연대’라는 주제는 <파란나비효과>부터 <퀴어053>, 이후 공개될 김순악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 <보드랗게>까지 박문칠 감독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왔던 주제이기도 할 것이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이석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