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갈 곳 없는> 리뷰

갈 곳 없는  Nowhere to go  (손현록, 2018, 극, 32min, 국내경쟁)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가지 못할 때가 있다. 가야할 것만 같이 느껴져도, 가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갈 곳 없는>의 현수(정준환 분)와 동규(이은균 분)의 상황이다. 간밤에 꾼 꿈에서 입을 맞췄을지라도, 함께 떠나오게 된 이유일지라도, ‘동성애자’는 그들이 쉽사리 품을 수 없는 정체성인 게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를 받아들일 수 없게, 오직 ‘이성애’만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꾸미고 있는 교육은 틀렸다. 동규를 떠올리는 현수의 꿈에 민정(최민정 분)이 강박적으로 병치되는 것처럼, ‘이성애’만이 옳다는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스스로를 부수는 방법으로 밖에 살아갈 수 없다. 현수의 동규에 대한 비정상적인 어조들이 그토록 폭력적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갈 곳 없는>의 배경은 조치원이다. 서울로 갈 때 으레 멈추고는 하는, 덕분에 새가 다다르는 곳이란 지명과 유달리 잘 맞는 그곳에서 상경과 낙향은 교차한다. 누군가는 이상을 좇아 위로 간다면, 누군가는 쓸쓸히 고향으로 돌아간다. 결국, 조치원이란 일종의 경유지다. 고향을 떠나온 자들에게, 조치원이란 단지, “갈 곳 없는”을 의미할 뿐이다. 가야할 길과 갈 수 없는 길(그렇게 교육받았기에) 사이에 있는 현수와 동규에게는 참 잔인한 장소다.

영화의 텍스트만을 고려해볼 때, 현수와 동규가 다시 만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현수는 동규를, 동규는 현수를, 아마 내내 그리워하며 살 것이다. “어떤 결의를 애써 감출 때 그렇듯이 / 청년들은 톱밥같이 쓸쓸해 보인다 / 조치원이라 쓴 네온 간판 밑을 사내가 통과하고 있다.”(「조치원」, 기형도)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금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