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대_OO닮음_93년생.avi (정혜원, 2019, 극, 24min, 국내경쟁)
2018년 2월, 로테르담 영화제를 다녀온 김혜리 기자는 베로 베이어 집행위원장의 개막식 환영사를 옮겼다. 베로 베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영화제이고,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 패턴을 만듭니다. (중략) 누가 발화하는지, 스크린에서 어떤 얼굴을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주고 누구를 스크린에서 봐야 할까요?”
베로 베이어의 환영사에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영화라는 유희 예술을 ‘정치적으로’ 감싸 안아야 할 이유가 있다. 영화는, 누군가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정혜원 감독이 패러디한 리벤지 포르노의 명명법은, 일상적 단어(K대, 00닮음, 93년생)를 천박하게 뒤섞는 행위다. 누군가의 일상에서, 스펙터클한 부분만을 절취하여, 천박하게 배치하는 행위. 이들 영상은 (그 명명법처럼) 타인의 ‘삶의 징표’를 박탈한다. <K대_OO닮음_93년생.avi>는 박탈당한 삶의 징표 속에서, 혜원(신지우 분)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한 영화다.
누군가를 폭력적으로 착취한 영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그 영상을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누군가가 착취당하는 폭력을 성찰하는 영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그 영상을 곱씹고 체화하는 것이다. 연루의 불편함과 이물감에 자기를 내어놓는 것이다. 기실, 이 영화의 만듦새는 훌륭하지 못하다. 배우들은 긴 테이크를 견디지 못하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부박하다. (비록 꿈으로 처리하긴 하지만) 인물의 고통을 표피적으로 재현하는 방식 역시,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를 보는 방식”을 만드는 ‘영화제’에 이 영화가 없을 이유도 없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금동현
K대_OO닮음_93년생.avi (정혜원, 2019, 극, 24min, 국내경쟁)
2018년 2월, 로테르담 영화제를 다녀온 김혜리 기자는 베로 베이어 집행위원장의 개막식 환영사를 옮겼다. 베로 베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영화제이고, 우리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 패턴을 만듭니다. (중략) 누가 발화하는지, 스크린에서 어떤 얼굴을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주고 누구를 스크린에서 봐야 할까요?”
베로 베이어의 환영사에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영화라는 유희 예술을 ‘정치적으로’ 감싸 안아야 할 이유가 있다. 영화는, 누군가가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정혜원 감독이 패러디한 리벤지 포르노의 명명법은, 일상적 단어(K대, 00닮음, 93년생)를 천박하게 뒤섞는 행위다. 누군가의 일상에서, 스펙터클한 부분만을 절취하여, 천박하게 배치하는 행위. 이들 영상은 (그 명명법처럼) 타인의 ‘삶의 징표’를 박탈한다. <K대_OO닮음_93년생.avi>는 박탈당한 삶의 징표 속에서, 혜원(신지우 분)이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에 대한 영화다.
누군가를 폭력적으로 착취한 영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그 영상을 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누군가가 착취당하는 폭력을 성찰하는 영상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그 영상을 곱씹고 체화하는 것이다. 연루의 불편함과 이물감에 자기를 내어놓는 것이다. 기실, 이 영화의 만듦새는 훌륭하지 못하다. 배우들은 긴 테이크를 견디지 못하고, 카메라의 움직임도 부박하다. (비록 꿈으로 처리하긴 하지만) 인물의 고통을 표피적으로 재현하는 방식 역시,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를 보는 방식”을 만드는 ‘영화제’에 이 영화가 없을 이유도 없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금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