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20회 경쟁부문 <감자> 리뷰

감자 (김정민, 2018, 극, 15min, 국내경쟁)


<감자>는 한 번에 잡히지 않는 영화다. 한 번에 즐길 수는 있겠지만, 한 번 만에 꿰뚫을 수는 없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세 인물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세상 자체를 ‘다르게’ 본다. 비유가 아니다. 누군가는 감자밭을 고구마밭이라 말하고, 감자도 고구마도 아닌 것을 감자라고, 고구마라고 말한다.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은 카메라의 시선 같다. 설정 숏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가까운, 인물 쇼트라고 보기에는 조금 먼 위치에 있는 카메라는 14분 동안 한 호흡으로 상황을 지켜본다. 재밌는 건 객관을 자임하는 카메라와 혼선에 빠진 인물 사이의 간극이다. 카메라의 눈으로 지켜보는 ‘우리는’ 밭에 묻혀 있는 것이 ‘감자인지, 고구마인지, 혹은 그것이 아닌지’를 볼 수 있지만, 화면 안에서 각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그들은’ 밭에 묻혀 있는 것을 ‘감자인지, 고구마인지, 혹은 그것이 아닌지’ 알 수 없다. 볼 수는 있어도, 알 수는 없다. 김정민 감독은 인물-주관과 카메라-객관 사이의 간극을 명민하게 이용할 줄 안다. 

온전히 공상일 수도 있겠으나, <감자>에 나오는 요소, 그러니깐 ‘감자’와 ‘고구마’, 그리고 ‘왕서방’과 ‘왕서방과 오입질을 한 여인’, ‘낫’은 김동인이 쓴 소설 「감자」를 떠올린다. 우연이라면, 너무도 신기한 우연이겠다. 어쩌면, 이 영화는 같은 소설과의 거리를 통해 또 다른 간극을 자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흥미로운 논제겠지만, 결론은 당신에게 맡긴다.



제20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금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