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모래 놀이> 리뷰

모래 놀이  Playground  (최초아, 2017, 극, 29min, 국내경쟁)


서글픈 두 여자의 생존기

유치원에 새로운 교사 시은. 어느 날 시환이가 설아를 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래서 이를 주변에 알리지만 다들 별일 아니라며, 아이들끼리는 그럴 수 있다며 외면한다. 오히려 문제제기한 시은을 이상하게 여길 뿐이다. 하지만 시은은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폭력 피해자이기도 했던 시은은 설아가 자신처럼 또 하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설아를 지켜야했다. 그러나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시은은 설아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수밖엔 없다는 걸 깨닫는다. 설아에게 허락 없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사람은 물어버리라고 가르친다.

성폭력을 방관하는 사회에서 시은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건 자신뿐임을 깨닫는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지키기 위해 어쩌면 극단적인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사실 가장 주체적일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는 시은과 설아. 누가 그들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선택은 최선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에서 나타난 시은과 설아의 선택과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는 경이로워 보이기도 한다. 이는 단편 <모래놀이>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아질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움은 언제까지나 철저한 개인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한 개인의 몸부림과도 같다. 그래서 영화는 끝났지만, 현실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그동안 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들을 방관해온 현실이 떠올라 서글퍼진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조은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