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리뷰단


제19회 경쟁부문 <관찰과 기억> 리뷰

관찰과 기억  Observation and memory  (이솜이, 2018, 극, 11min, 국내경쟁)


기억의 ‘재연’과 ‘재현’


단편 <관찰과 기억>은 한 여성의 ‘성추행을 당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것은 8년 전의 일이다. 증거는 없고 오직 기억만 남았다. 감독은 당시의 기억을 복기하기 위해 파편화된 여러 장면들을 나열하고 배치한다. ‘관찰’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사건이 발생한 장소, 가해자, 그때의 감정 등 당시를 묘사하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를 통해 기억으로만 남았던 피해경험을 복기하여 ‘재연’한다. 그 장면들 위로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나레이션이 흐른다.

물론 이렇게 관찰된 기억은 여전히 증거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피해자의 기억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재현’될 것이다. 이 점은 중요하다. 우리는 단편 <관찰과 기억>을 통해 가해자와 당시 사건을 설명하고 있는 물리적 배경, 분위기, 대사 등 피해자의 기억 속에만 존재했던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렇게 재현된 기억은 우리 자신 안에서 또 다른 의미를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경험이 될 수도, 내 주변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기억은 우리에게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이제 결코 사라지지 않고 우리들 속에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단편 <관찰과 기억>이 만들어진 이유이자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제19회 대구단편영화제 관객리뷰어 조은별